관악산 꼭대기까지 뛰어올라갔다 내려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관악산 왕복 소요시간을 확인하러 제가 한 번 다녀와 봤습니다. 저는 40대 초반 건강한 남자이고 산의 산자도 모르는 초특급 등린이입니다. 관악산은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과천시에 걸쳐 서울의 중남부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서울대학교의 넓은 주차공간이 있어 자차로 운전해서 다녀오기도 좋고 지하철과 버스 대중교통으로 접근도 편해서 언제나 남녀노소 등산객으로 붐비는 인기 등산 코스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 관악산은 오르기에 높을까요? 낮을까요? 등산 아이템 풀 장착을 하지 않고도 산책 삼아 다녀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동네 뒷산처럼 만만히 볼 산은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 보시죠.
등산 준비물
어제가 구정 설날, 오늘은 음력 1월 2일입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 밝은지 오래였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대충 챙겨 먹습니다. 등산 준비물로는 물 한 병, 단백질 드링크 한 팩, 그리고 눈이 많이 왔다고 해서 어제 산 이만 원짜리 아이젠을 챙깁니다. 등산화는 없고 등산복도 당연히 없죠. 발목을 보호해 줄 거라는 나만의 믿음으로 대충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고 트레이닝 복을 입고요. 등산용 가방이 없기 때문에 노트북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집 앞 김밥 집에 들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즉석 야채김밥을 한 줄 포장해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해요. 초록색 버스 5513번을 타고 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건설환경종합연구소앞(21341) 정류소에 내리면 반경 5미터 내로 관악산 등산 코스 진입로가 보여요.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까지 이르는 코스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
이만 원짜리 아이젠의 기적 걸음마를 허락받다
2025년 구정 연휴가 시작되며 눈이 많이 와서 교통 체증을 걱정했지만 등산객들에게는 아름다운 설경을 선사해 주며 차가운 들 숨에 상쾌함을 더해줬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설산을 오를 때는 아이젠이 있어야 한다”
고 해서 입구 초입에서 장착해 봅니다. 아이젠을 찬 사람, 안 찬 사람이 섞여 보였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눈길에 미끄러워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누가 안 차고 설산을 올랐는지 쉽게 구분할 수 있었어요. 등산로 초입의 완만한 구간이나 중간중간 계단처럼 잘 닦여 있는 등산 코스에서는 어떻게든 엉거주춤 지나가시던데 돌길, 눈 덮인 언덕을 지날 때는 한걸음 떼기를 제 아이 걸음마 배울 때처럼 부들부들 떠시더라고요. 아이젠 없이는 설산에 오지 않는 것으로 결론!!
등산복의 필요성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요.
“신체 건강한 성인 남자로서 히말라야도 아니고 관악산 정도 뛰어갔다 못 오겠냐”
라는 마음으로 시작부터 걸음을 보챕니다. 조깅 스텝으로 사람들을 역전해서 지나갔고 계단은 두 개씩 오르며 기세 좋게 시작했어요. 오늘은 분명 2025 구정 연휴 중 가장 춥다는 목요일인데 땀이 비 오듯이 흘렀습니다. 정말 한여름 땡볕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을 때처럼 땀이 났어요. 수건을 가져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 러닝 열풍 때 샀었던 눈 빼고 얼굴을 감싸는 밴드? 같은 것을 차고 올라갔는데 물에 담갔다 뺀 것처럼 축축해져서 벗은 지 오랩니다. ㅋㅋ
바람막이는 통풍이 안돼 너무 답답해서 벗었는데 그 안에 입은 두꺼운 후디는 땀에 젖어 차가워져 입기도 뭐하고 벗기도 뭐 한 처치 곤란이었죠. 바람을 잘 막아주고 통풍이 잘 되는
“등산복은 괜히 돈 주고 사 입는 게 아니구나”
라며 등산복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아이젠을 착용했기 때문에 그런지 대충 아무 운동화나 신고 온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평소 발에 잘 맞고 편안한 신발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스패츠라고 하던가요? 방수가 되는 껍데기 같은 것인데 발목 부분을 감싸 착용을 하기 때문에 바지와 신발 사이로 눈이나 흙, 돌멩이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해요. 오르는 동안 스패츠를 착용하신 분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발목만 감싸는 것도 있고 무릎까지 오는 긴 타입도 있고 그랬어요. 오늘 관악산은 대략 20~30cm 정도 눈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워낙 등산객이 많아 이미 등산 코스는 잘 다져져 있었기 때문에 땅바닥의 눈을 밟긴 했어도 쌓인 눈더미에 발을 디딜 경우는 없었어요. 앞장서서 사람들 안 다니는 길을 개척하실 마음이 없으시다면 굳이 안 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아시죠? 관악산 처음 다녀와본 등린이의 의견입니다. ^^)
관악산 최단 코스 관악산 왕복 소요시간
관악산 최단 코스로 서울대학교 최남단 건설환경종합연구소앞(21341) 버스 정류소에서 출발해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629m)에 도착했습니다. 적당히 바위에 걸 터 앉아 미리 준비해온 김밥 한 줄을 까먹어요. 옆에는 삼겹살 냄새가 진동을 하도록 구워 술 한잔하시는 아저씨 무리가 있었는데 새해 초부터 좋은 마음으로 산에 오르는 많은 사람들 인상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1월 2일 점심때 관악산 연주대에서 고기 구워 드시던 분들! 반성하세요!
약 10분 정도 지났던 것 같은데요. 단백질 드링크로 영양 보충?도 해주고 연주대 정상석 인증샷을 한 장 찍어줍니다. 물 한 모금 마신 뒤 벗어놨던 축축하게 젖은 후디를 다시 뒤집어쓰고 출발해 봅니다. 아, 또 오게 되면 갈아입을 옷이라도 챙겨오든지 해야지 차갑고 젖은 옷을 다시 입기는 정말 싫더라고요. ㅠㅠ 내려가는 길에는 아이젠의 효과가 두 배가 됩니다. 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뛰어내려왔어요. ㅋㅋ 그렇게 소요된 시간은 약 78분. 김밥 먹은 시간 10분이 추가됐지만 10분 동안 앉아서 쉬었기 때문에 더 잘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등산은 처음이지만 마라톤을 하는 사람입니다. 절대 산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고 사전, 사후 준비 운동도 철저히 했어요. 나름 체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마음먹었던 대로 정상까지 뛰어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었고 소요시간 78분도 확인했습니다. ^^ 오늘은 시간 재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서울 시내 한복판의 경치도 내려다볼 겸 날씨 좋은 날 다시 찾아볼까 해요. 아무쪼록 오늘 차가운 칼바람을 들이마시며 눈 덮인 설산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연휴 동안 먹었던 기름진 명절 음식이 모두 소화되는 기분이라 너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 시간 내서 관악산 한번 올라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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