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작가가 된다”라는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하랑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본인을 포함한 동료 작가들의 고충을 위로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이 멋있었고 존경합니다. 그러면서도 잠자리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듯 잠재적 작가로서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저 같이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배우려는 초보자의 관심까지 끌어가네요. 특히 등장인물이 작가인 영화들을 골라 그 대사를 빗대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흥미로웠습니다. 내용이 꽤 길어 책의 편성에 따라 감상문 1부, 2부로 나누었습니다. 지금부터 같이 보시죠.
“이 글은 출판사 또는 작가와 어떠한 관계도 없이 순수하게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 글입니다.”
그렇게 작가가 된다 | 기본 정보
발행일 | 2022년 05월 30일 |
쪽수 | 248쪽 |
저자 | 하랑 |
하랑 작가 알아보기
1부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요약
글을 왜 쓰려고 하시나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작가가 되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힘들 때마다 다시 글을 쓰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했다.
영화 파울로코엘료 | “글쓰기란 좋은 거지.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나는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빠져들게 되면서 다른 작가들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고 그 답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말에서 찾았다.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해져요.”,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요.” 결국 글쓰기란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내가 작가가 된 이유
영화 속 작가인 카메룬의 고백으로 내가 작가가 된 이유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겠다.
영화 파더 앤 도토 | “케냐에서의 일이다. 어느 날 소변을 보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어느새 눈앞까지 와있는 사자를 마주했다. 그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영겁의 시간을 보내고 깨달았다. 어떤 형태로든 다시 찾아올 ‘사자’를 또 만나기 전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각 페이지가 생의 마지막 페이지인 것처럼 써보자.”
글은 언제나 쓰는 사람 편이다.
글은 독자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불가능했던 것을 글을 통해 이루어 내기도 한다.
영화 작은 아씨들 |”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
영화 타임 투 러브 | “작가는 참 좋아 결말을 정할 수 있잖아.”
작가가 하는 일
나는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엄마의 기억이 담긴 책 속에서 외할아버지를 느낀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 “죽게 될 것들을 글로 남겨 영원히 보호하는 거지”
작가의 일이란 언젠가 생명을 다 할 모든 것을 보호하는 일이 아닐까?
작가가 되는 것과 글쓰기 자체는 달라요
“저는 글을 써요.” / “작가세요?” / “아뇨.” 요새는 SNS 등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는데 그 소재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책을 출판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책의 흥행과 가치를 떠나 출간 작업을 거쳐 만들어 낸 자신의 이름이 붙은 책 한 권만으로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으면 작가가 될 수 없는가
필력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작가로서의 재능은 충분하고 본다. 오히려 교육받지 못한 자의 표현이 더 순수할 수 있다.
작가는 영혼으로 글을 써 낸다
흔히 출판을 출산에 비유하곤 한다. 한 문장을 수십 번씩 고쳐 쓰며 한 글자 한 글자에 영혼을 불어 넣는다. 자식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없듯이 자기가 쓴 글을 못 알아보는 작가는 없다.
글 쓰는 건 희생이야
작가에게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링 위에 올라 홀로 싸우는 권투선수처럼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견뎌야 하면서도 정규 시합처럼 정해진 시간도 없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끝을 맺는 것은 작가 본인이고 그 결과는 오롯이 본인 책임이다. 책을 낸 후에도 팔려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도 인정받고 싶어 해요
영화 괴테 | “넌 좋은 변호사가 될 거야.”
영화 파울로 코엘료 | “평생 글만 쓰고 살 순 없어.”
심지어 스티븐 킹의 부모조차 자식이 교사가 되기를 바랐다고 할 정도니 불확실한 작가의 미래 앞에 부모의 현실적인 조언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때로는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외로운 작업을 견디고 있는 그들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써야 합니다
작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은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이다. 작가에게 글을 쓰지 않아도 될 조건은 없다. 결국엔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작가에겐 경험이 생명이야
열심히 쓰고 많이 읽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는 본인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모든 상황에서의 감정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에 결코 자신의 이해와 감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젊은 시절 기자 생활을 하며 겪었던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소설 속 캐릭터의 영감을 얻었다.
작가로서의 직업병
나는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 하나는 훌륭한 글감이 되기 때문에 언제든 필기도구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내가 아닌 것에 관심이 생겼고 또 “관찰력”이 향상되었는데 내가 바뀌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작가만의 눈을 갖는 법
작가들은 창작의 시발점인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나처럼 영화를 보기도 한다. 영감을 얻기 위한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기 위한 관찰의 의지와 능력이다. 봤던 것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볼 수도 있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영화 매니페스토 | “Nothing is original. 그러니까 네 영혼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작가로서) 훔쳐 올 수 있어”
천천히 봐야 알 수 있는 것들
‘오기’는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을 천장이 넘게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폴’이 그 사진들을 대충 보고는 “모두 똑같은 사진이잖아” 하며 덮었다. ‘오기’는 “천천히 봐야 해.”라며 조언을 했고, 다시 사진을 천천히 보던 폴은 죽은 아내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을 붙잡고 오열했다.
작가의 도구
언제 어디서든 필기도구만 있으면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작가의 매력이다. 글쓰기 도구들 역시 적지 않게 디지털화되었지만, 나는 작가의 손끝에서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 감성을 쉽게 버리기 아쉽다.
감정의 쓸모
감정을 잘 표현하려면 그 감정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 감정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작가라는 직업이 마음에 든다.
작가로서 다른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는 법
세대를 넘어서는 글을 쓸 때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의 글을 다루는 중년의 작가는 새로운 언어를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그들의 곁에서 보고 배우며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작가가 된다 감상문 1부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작가로서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져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차적 독자는 예비 작가나 신인 작가들이었겠지만 그 내용은 작가란 직업을 대중에 소개하기에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에 굳이 타깃을 정해 나눌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전반부는 한 발 떨어진 3인칭의 시점에서 자신을 포함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는 느낌이었다면 후반부에서는 선배 작가로서 후배 작가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감상문 2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함께 읽어주세요~
제가 글쓰기를 취미로 삼고 나서 관련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가다 보면 책마다 반복되는 내용이 항상 있었고 그러는 중에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 작가만의 특징들이 있습니다.
타임 투 러브 영화에서 “작가는 참 좋아 결말을 정할 수 있잖아.” 대사를 소개할 때는 베르나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을 하며 신 3부작을 만들어 낸 베르베르의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헤밍웨이의 젊은 시절 직업이 기자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그 역시 베르베르가 편집국에서 과학 기자 생활을 하며 부딪혔던 부조리한 인물들이 캐릭터화돼 소설 속에서 다시 태어났던 점과도 비슷해 재미있었습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글감 찾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도 글감은 우연히 생기거나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글감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 속에서 얻어 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죽어가는 글에 인공호흡기 달기에서 카피라이터 정철이 강조했던 그 능력의 근본은 엄청난 관찰력과 집중력이라는 것 또한 진리인가 봅니다. 하랑 작가는 그것을 잘 알고 있고 책을 통해 강조하면서도 한 술 더 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바뀌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고까지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교육받지 못한 자의 표현이 더 순수할 수 있다.” 공대생으로서 취미 글쓰기에 정을 붙이고 책을 보는 중에 이런 구문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이 또한 책마다 나오는 표현인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에서 미친년 글쓰기 파트를 보면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어요.
끝으로 제 생각에 작가의 실제 성격은 몰라도 아마 꽤 수다쟁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자랑과 자부심, 어리광과 당부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 책을 안 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습니다.ㅋㅋ 그리고 아래의 표현이 과장을 포함하지 않은 작가의 진심이라면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만이 작가로서의 자존심이고 그렇게 하지 않을 핑계나 심지어 그렇게 해야 할 이유조차 없다. 글쓰기가 곧 작가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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