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요약 감상문 | 2편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전에 같이 공유했던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감상문 1편에서는 책의 전반부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성장기에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 삶의 순간순간에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각 사건들이 그가 작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에 반해 후반부에서는 어느새 중견 작가에 접어든 그가 오롯이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해온 일들뿐 아니라 더욱 심오해지는 그의 상상력과 철학에 대해 다룹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이야기보다는 어찌 보면 약간은 어려울 수 있지만 어떻게 지금과 같은 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내용이라 흥미로웠습니다. 너무 궁금하네요. 같이 보시죠.

 

이 글은 내 돈 내산으로 책을 읽고 공유하는 사적인 감상문이고 책의 홍보 및 광고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 기본 정보

출시일 2023년 05월 30일
쪽수 480쪽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 알아보기 | 공식 홈페이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19번 아르카나 태양

이 아르카나는 소울메이트를 뜻한다

 

30살 영혼의 형제

나와 여러모로 닮은 캐틀린의 오빠가 한 말이다. “모든 생명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할 때 행복에 이를 수 있다.” 그가 소개해 준 토마토 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염분이 있는 물에서 자랄 수 있도록 토마토를 적응시킬 수 있고 그 성질은 유전된다는 점이다. “나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말과도 같고 라마르크의 진화론과도 뜻을 같이한다. 강한 종이 살아남고 약한 종은 사라진다는 다윈의 이론에 반해 라마르크의 이론은 약한 종이 강하게 진화한다는 것이고 노력으로 환경을 극복한다는 차이가 그 핵심이다.

 

31살 무의식으로의 여행

노란색 테니스 공 이야기

개미의 책 사인회 중 사람이 너무 없어 옆자리의 최면의 기술 작가와 실험을 했다. 여학생의 몸을 굳게 만들어 100킬로그램 이상의 하중을 견디게 만드는 최면이 믿기지 않았다. 최면에 흥미를 느껴 관심을 갖고 여러 최면 실험을 따라다니던 중 개인의 무의식에 따라 최면에 걸릴 사람과 안 걸릴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어 모두에게 최면을 성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고, 최면술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약간의 트릭을 추가한다고 했다. 만약 이것이 들통나면 최면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나의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서스펜스를 극대화할 때 주인공들이 확인한 내용을 말해 주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암시에 걸리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독자는 스스로 본인의 무의식 속으로 내려가 많은 상상을 한다. 나는 독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울과 같은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 그저 상황만 던져 주면 된다.”

 

10번 아르카나 운명의 수레바퀴

성공과 실패가 반복됨을 의미한다. 

 

31살 인질로 잡힌 소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신이 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쓰고 나면 길을 잃기도 하고 흥미를 잃기도 하는데 억지로라도 써가며 이어가야 한다. 그러다 끝이 보일 때쯤 되면 다시 신이 나서 열심히 쓰게 된다. 완성된 글에 초보 작가는 멈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두 번째 버전을 고쳐 써야 한다. 이 글의 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꼭 참고 버티기만 하면 끝까지 가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시 세 번째 고쳐 쓴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한 후 개미의 날이라는 두 번째 소설을 출판했다. 또 운이 너무 좋아서 상도 받았고 팬 싸인회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싸인회에 온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 아들은 책이라면 질색인데 꼭 읽고 싶도록 한 마디만 써 주세요” 나는 이렇게 썼다. ”이 책은 절대 읽지 말 것.“

 

33살 인간 정신의 최후 개척지

타나토너트라는 할아버지 죽음에 관련한 책을 쓸 때의 일이다. 전 직장 동료의 도움으로 마리화나를 구했다. 그것은 자크 파도바니와의 유체이탈 경험과 비슷한 상태를 제공했지만 분명히 다른 환각 상태에서 죽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글과 다른 내 글을 발견했고 그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다신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내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글을 출판했고 대실패를 하며 개미로 쌓은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후 다시 개미 3부작의 마무리로써 개미혁명을 출판하여 성공을 거두었는데 사람들이 과연 개미가 없는 나를 원할까 혼란스러워졌다.

 

33살 문명의 아르카나

지인 호도로프스키는 영화감독이자 천재적 작가인데 타로에도 관심이 많았다. “자네는 이혼할 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글쓰기를 멈추면 안 돼.” 그 후로 나도 타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말을 염두에 두며 지냈다. 

 

34살 유도몽

나는 이혼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최면과 정신분석학이 묘하게 결합된 책을 하루 만에 썼다. 독자가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돼서 그 이후 강연을 할 때면 유도 명상을 통해 이해를 도왔다. 

 

7번 아르카나 전차

전차의 남자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완벽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그는 성공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남들이 그렇게 봐주는 것일 뿐 앞으로 더 험난한 내면의 여정이 있음을 알고 있다. 

 

34살 해외 시장 진출

개미는 35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중 처음이 한국이었다. 초기에 프랑스 편집자들과 벌이던 실랑이를 해외의 각 출판사들과 반복하게 됐고 뜻밖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끼게 되었다.

 

34살 개미와 스시와 랭보의 시

일본으로 진출을 했다. 번역 도중 그들의 색이 입혀졌고 글 중간중간에 프랑스 고대 작가인 랭보의 시가 추가됐다. 결국 글이 산으로 가며 출간은 무산됐다. 그 뒤 추가된 시 100편을 10편으로 줄이고 출판이 시작됐다. 프랑스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가득 찬, 그리고 스시를 먹지 않는 일본인에게 스시를 대접을 받았다. 번역과 출간 작업 역시 벼락치기로 배운 사시미 뜨기 실력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의 남성우월 사상이나 자동차를 잘 만들면 선진국이라는 일반화 등을 접하며 아프리카 루루 교수의 말을 떠올렸다. “판단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애쓸 것”. 일본에서 개미는 큰 호응이 없었다.

 

34살 인류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자료조사를 위해 돼지 도축장에 다녀온 뒤로부터 연민이 생겨 돼지고기를 더는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개미가 아닌 다른 소설로 처음 성공을 거두며 어느새 중견작가로 거듭나고 있었고 작가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분 단위로 생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갔다. 출판 전까지 치밀하게 고치고 다듬었지만 그러면서도 결코 완벽한 버전을 내놓지는 않는다.

“글을 쓰는 이유는 출판이 아니라 내가 즐겁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35살 TV 와 영화 프로젝트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드라마 제작을 요청받았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드라마 작가가 여론조사와 보편적 취향만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상상력이나 과학적 내용을 다룰 수 없는 프랑스 국내 영상물 제작 시장의 실태를 경험했다. 

 

2번 아르카나 여교황

아르카나는 학습과 깨달음의 뜻한다.

 

35살 천사를 만나다

친구의 소개로 영매 점쟁이를 만났다. 타나토노트의 실패, 이혼, 직장에서의 해고는 어찌 보면 내 성공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름 과학부 기자 출신으로 비가시 세계를 믿지 않는 나는 전생과 환생에 대한 이야기에 코웃음 쳤지만 그녀의 상상력과 개연성 있는 전개에 큰 흥미를 느껴 친구가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 글의 소재로 많이 반영되었고 나는 그녀를 내 글의 주인공 루시로 만들었다.

 

36살 구름 위의 존재들

비가시 세계에서 가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타나토너트 2부를 썼다

 

6번 아르카나 연인

 

37살 연인

니스의 팬 싸인회에서 만난 베로니크와 연인 관계가 되어 커플 사이의 차크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결국 헤어져 친구로 남았지만 사랑에 빠졌던 관계이자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선택과 같은 연인이었다. 그 여파로 천사의 제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37살 아틀란티스 여행

가장 뜨거운 사랑을 했던 전생으로 가고 싶었다. 최면의 도움으로 과거로 가서 이름도 없고 어떤 관계나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만났고 현실에 돌아와서도 아틀란티스 섬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간직했다. 

 

37살 모스크바에서 보내는 키스

러시아에 갔을 때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택시 기사와의 실랑이 끝에 죽을 뻔한 일, 살인 청부업자에게 의뢰받은 일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그런가 하면 나를 보려고 찾아온 독자 오천 명 앞에서 강연을 하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 

 

14번 아르카나 절제

외교관의 덕목으로 양쪽을 잘 중재해 준다는 뜻이다.

 

38살 흰 고래와의 꿈같은 만남

돌고래를 보러 여행을 가게 됐다. 문명과 멀리 떨어진 섬에서 예쁘고 자유로운 고래를 관찰했고 동시에 고래도 나를 관찰했다. 돌고래 떼도 만났다. “물고기들은 그저 인간을 위협할 뿐이었지만 인간들은 좋다고 고래를 만졌다. 역시 모든 것은 소통이 문제다.” 소설 잠에서 돌고래와의 만남에 소재로 쓰였다.

 

38살 철창 뒤 사람들

교도소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재물을 바탕으로 한 질문 세레를 가득 받은 뒤 타인의 삶이 자신의 논리로 납득될리 없다고 생각했다. 

 

38살 성난 사람들

노숙인들과 만나 강연을 했다. 그들은 시작부터 가득 차 있던 불만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한 번씩 울분이 터져 나오곤 했지만 점차 사 그러 들었고 주최 측은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들에게 필요한 건 허기를 달랠 밥이 아니라 살아갈 목표예요.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버리면 안 돼요.”

이 강연은 그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도록 도왔다.

 

39살 나무의 관점

단편은 기교가 통하지 않아 특히 쓰기 어렵다. 매일 단편을 하나씩 쓰자는 목표 아래 많은 단편이 모였을 즈음 프랑스에서는 비주류였기 때문에 모두가 말렸던 조언을 무릅쓰고 단편집 나무를 냈다. 인간의 슬픔을 느끼고 그들을 이어주는 존재로 표현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홈페이지를 만들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8번 아르카나 정의

노력에 대한 보상과 과잉차단에 대한 의미이다.

 

43살 신 3부작

나는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전략 게임을 좋아했고 문명 게임의 시드마이어를 만나 이야기한 적도 있다. 초기의 작은 의도 하나가 그 변화에 적응하려는 나머지들을 야기해 게임 흐름의 전체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글을 쓰는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신이라 할 수 있다. 단편 어른들의 학교를 발전시키고 싶어졌다. 또 타나토너트 등의 연장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던 중 현재의 생물과 세상의 상태를 이렇게 만든 태초의 의도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다. 신 시리즈 중 1부인 우리는 신은 한발 물러나 거시적인 시공간에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독자에게 선사했고 내 책 중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 

 

42살 책임질 수 있는 실수는 예술적 선택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파리 문학의 거물 제레미와의 만남 후 그의 잡지에 실릴 인터뷰를 이유로 기자가 찾아왔다. 기자는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는 베르베르가 프랑스 문학의 평단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이라는 컨셉으로 몰아갔다. 나는 전혀 불만이 없고 젊은이들을 책으로 이끄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답했지만 기자는 의도대로 되지 않자 자기 생각대로 허구의 기사를 만들어냈다.

“원자를 깨뜨리는 것보다 인간의 편견을 깨트리는 것이 더 어렵다”

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올랐다. 스트레스도 풀 겸 화낼 줄 모르는 남자라는 단편을 썼다.

 

44살 제7의 예술

영화계의 현실에 모두가 만류했지만 나는 대중을 만날 가장 큰 장르인 영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영화를 촬영하며 기분전환 겸 파피용이라는 책을 썼다. 생존을 위한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섰지만 생존자를 겨우 두 명 남기고 적합한 행성을 찾았는데 그 행성의 주인은 공룡이었다. 제2의 지구는 현재의 과거라는 내용이다. 영화 제작을 마친 후 스타 배우가 없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시게 되었고 거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영화의 제목은 우리 친구 지구인이다.

 

13번 아르카나 죽음

끝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48살 비보가 날아들다

건강검진을 받고 관상 동맥 협착증이 발견됐다. 심장을 멈추고 해야 할 만큼 큰 수술이 필요했고 그 결과 또한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진단과 수술이 사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의학은 과학이 아님을 떠올렸다. 자전거를 타며 드라마를 보는 의무 운동이 하루 일과표에 추가된 후부터 오히려 건강은 좋아졌고 하프 마라톤 정도는 거뜬히 뛸 수 있었다. 하루하루에 감사하기 시작하며 유작을 남길 마음으로 제3인류를 쓰기 시작했다. 거인 그리고 현재 인류 그리고 더 작아진 소형 인류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의 관점에서 기생충 같은 인류를 표현했는데 기생충이 너무 많아지면 지구는 한 번씩 기생충을 털어낸다.  

 

47살 카산드라의 선택

카산드라의 거울을 쓰기 시작했다. 카산드라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으로 예언을 할 수 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에 걸렸다. 우리 세상은 미래의 대재앙을 맞이할 대비를 하지 않는다. 이때 여성의 서사를 써본 것은 큰 도전이었고 그러던 중 나의 여성성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54살 래윈용 섬에서 새들과 나란히 하늘을 날다

내 책의 팬인 이자벨과 연예인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래윈용 섬에 가게 됐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모든 감각기관으로 하늘을 나는 것을 느꼈을 때 관상 동맥 질환 선고 이후의 삶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알려준 사람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걸을 수 없게 된 후 내 책을 통해 정신으로 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얼마 뒤 이자벨과의 사이에서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50살이 넘어 아이를 키우다 보니 밤 잠을 잘 수 없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로부터 수면에 대한 책 쓰기를 시작했다. 잠을 쓰고 나서 불면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17번 아르카나 별

 

54살 일몰

5년간의 이자벨과의 관계를 마치고 큰 갈등 없이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그 사이 멋진 둘째 아들도 얻었다. 배우자보다 책과 독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 나와 살아 준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헤어지는 마음도 이해가 됐다. 세 번째 반려자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것도 책과 상상력 모임이었다. 그녀와 미국 키웨스트로 여행을 갔다. 아멜리와 함께 일몰을 보니 오래전 자크 파도바니와 함께한 일출이 매듭지어지는 느낌이었다. 

 

55살 고양이 3부작

미국 여행 때 헤밍웨이의 집에서 만났던 고양이들에 대해 책을 써보려 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육체를 가진 고양이의 시점으로 본 멸망해가는 인류 문명을 썼다. 뇌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인류의 지식을 습득하는 고양이의 이름을 피타고라스라고 지었다

 

20번 아르카나 심판

하늘이 내리는 심판

 

56살 영혼은 내 말을 듣고 있나요

영매와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어 죽음이라는 책을 냈다. 사후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타나토너트와 비슷하지만 죽은 사람이 자신의 살해범을 잡는다는 유머러스한 전개가 달랐다. 그때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기 알리스를 갖게 되었다

 

55살 작가 인생 최고의 난제를 만나다

한국을 찾았을 때 강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나를 교장실로 불러 가더니 죽고 싶다고 찾아온 아이를 말려달라고 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히 선택하며 호흡과 회상으로 긴장을 풀었고 끝내 소녀의 실소를 이끌어 내며 상황은 종료되었다. 이때 나는 말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57살 체크 & NO 메이트

세계 체스 챔피언과 대국할 기회가 있었다. 이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잃을 게 없었고 12명 중 11 명의 도전자가 모두 체크 메이트 된 이후에도 나 혼자 남아 즐길 수 있었다.

 

56살 지식 전수의 시간

완전히 자기 것이 됐을 때 남에게 줄 수 있다. 개미를 처음 쓸 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글쓰기 강의를 준비했다. 나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8번 아르카나 달

 

57살 내 다른 존재들

죽음 출간 이후에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며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와 같은 내용들을 이어서 썼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일 뿐이므로 최면을 통해 전생의 나와 대화함으로써 진짜 역사를 알아보려 했는데 그러던 중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났다. “다시 태어나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다시 태어나면 배움의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지금의 나는 소설가로서 그렇게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 상상력 속 이야기 일지도 모르고 죽고 난 뒤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생의 바람을 이루어가며 살고 있다고, 그렇게라도 살아야 현재의 삶이 더 풍성해지고 많은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1번 아르카나 세계

 

58살 대중앞에 서다

이야기 꾼으로서의 내 역할이 혼자 하는 글쓰기에 그쳐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글쓰기, 싸인회, 강연에 더해 라이브 공연까지 이르게 되었다. 공연의 내용은 유도 최면이 주를 이루었고 그들의 전생 여행의 내용을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 그 고통 역시 창작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위로한다.

작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일뿐이다. 

 

마무리하며

30년 동안 30개 언어로 번역된 3천만 독자에게 읽힌 30권의 소설을 맺으며 내 작품세계의 피라미드를 이루는 벽돌 속에 융단 무늬가 있음을 고백한다. 소설 30권 속에 감춰진 노란 테니스 공을 찾아낼 수 있겠어요?  (그 본래의 속 뜻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어렵네요ㅠ)

 

60살 에필로그

나는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어쩌면 내 소설의 이야기도 이미 변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책은 이야기를 읽는 당신 머릿속의 버전, 내 머릿속 버전, 그리고 진짜 버전, 이렇게 3가지가 존재할 텐데 무엇이 진짜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을 이루고 27살인 조나탄과 새 출발을 시작하며 아직도 최고의 서스펜스를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이 책을 옮긴 그의 말처럼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자신의 글을 중심으로 완벽히 수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존경심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이 같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끔찍이 아끼면서도 가족이란 가치 위에 글쓰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한 가치관 아래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삶의 조화로움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베르베르가 즐겨 쓰는 ‘영혼의 가족’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는데요. 혈연이 아닌 사이에서 비슷한 생각과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맺는 관계라는 뜻이랍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것이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세계 유명 인사들의 인생이 오직 한 가지로 만 가득 찬 공통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가 삶에서 겪은 고난의 해법을 글쓰기에서 찾으며 극복하려 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글쓰기는 순수하게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대중과의 만남을 갈구해온 모습도 베르베르란 사람 그 자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알고 있던 그의 굵직굵직한 소설들이 그의 인생과 함께 유기적으로 엮이며 하나의 또 큰 서사를 이루고 있음을 그의 고백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아직은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지만 앞으로도 곱씹어 생각해 볼 거리 하나가 생긴 것 같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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