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이른 아침에 설산에 올라 상고대도 보고 일출도 구경하면서 예쁜 눈꽃과 사진도 찍어와 자랑을 하는데, 요즘처럼 날씨가 추우면 등산은커녕 아침에 눈 떠 이불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고 귀찮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백두대간 함백산으로 오세요!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함백산은 해발 1500고지가 넘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1300고지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한두 시간 내외로 정상 등반이 가능하면서도 그 경치가 훌륭해 남녀노소 많이 찾는 산이랍니다.
백두대간 함백산 설산 다녀오기
함백산 만항재 코스 | 함백산 주차
저희는 만항재에서 출발해서 함백산 정상에 도착하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더 짧은 구간도 있었지만 운전시간만 왕복 6~7시간 걸려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했고요.
T맵에서 “만항재 주차장”이라고 검색하고 출발하시면 1번 부근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8시 전에 도착했음에도 만항재 주차장은 이미 만차 상태였어요.ㅠ 그래도 인기 있는 겨울산답게 반경 몇백 미터 내외로 크고 작은 주차장들이 여럿 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했습니다.
저희가 산행을 모두 마치고 11시쯤 내려왔을 때는 이마저도 모두 꽉 차서 주차 웨이팅 줄이 있을 정도였는데 웬만하면 오전내 서둘러 출발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앞선 사람들의 발걸음 따라 줄줄이 출발해 봅니다.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가볍게 창옥봉 봉우리(2번) 하나 넘어주면 도로와 만나는 지점이 나옵니다. 이 부분이 3번인데요. 여기도 주차장이 있어 함백산 최단 코스로 일정을 잡으시는 분들이 오시는 곳이에요.
정상까지 왕복 1시간 소요된다고 안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적은 대수의 차량 밖에 수용하지 못해 도로를 따라 이면 도로 주차 행렬이 길게 늘어서는데요. 여행사 버스와 뒤엉켜 완벽한 교통 체증을 경험하시게 됩니다. 아침 일찍 오시면 주차는 편하겠지만 출차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비추 코스입니다.ㅠ (참고로 제가 다녀온 날은 토요일 주말입니다.)
3번부터 4번까지의 등산코스는 1~3구간보다 거리가 짧은 만큼 경사가 약간 더 가파른 편이라 주변 경치 보면서 꾹 참고 올라가셔요.:D
등산 전 준비
1번 주차장에는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데 생각보다 따뜻하고 깨끗해서 이용하기 좋았어요. 여기 말고 더 간이의 간이 화장실도 있긴 있었는데 안 가봤습니다.ㅎ;;
출발 전 급하게 구매했던 아이젠과 스패츠도 착용해 봅니다. 사실 난생 처음 아이젠을 끼고 설산 등반을 하는 것이 최단 코스를 고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하얀 눈 밟는 느낌이 꽤 좋았거든요.ㅋ
한편 이날 강원도 정선의 일기예보에 예상 기온이 영하 6도였기 때문에 추위 걱정이 됐습니다. 어떻게든 뚱뚱이 패딩을 안 입어보려 애를 쓰다가 히트택, 후디, 얇은 바람막이 한 개, 두꺼운 바람막이 한 개 이렇게 등산 복장을 정했어요. 정상에 오르면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훨씬 더 추울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결국 바람막이 하나 더 추가해서 총 5겹을 입고 등산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출발할 때는 조금 쌀쌀한가 싶었는데 막상 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좋았어요. 움직이기도 불편하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미리 챙겨둔 초콜릿들을 하나씩 까먹으며 신나게 출발!
함백산 등산로 | 함백산 눈꽃
초반 등산로 사진들입니다. 주차장을 제외하면 전체 코스 내내 흙을 밟을 일이 없을 정도로 눈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애초에 아이젠 없이는 불가능한 산행이었고 간혹 아이젠 없이 오신 어르신들이 미끄러지며 고생하시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웠습니다.ㅠ
코스가 길지 않아 쉼터가 많지는 않았지만 두 군데쯤 있는 평상과 의자는 이미 눈으로 덮여 있어 아무도 앉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함백산 정상 | 설경
정상에 도착할 때쯤 되서 고난도의 급경사가 찾아왔지만 그와 함께 온, 산 중턱에 비해 월등히 아름다운 경치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날 특히 맑고 파란 하늘은 하얀 눈꽃들을 더욱 예쁘게 빛내 주었어요.
정상에 오르니 함백산을 둘러싸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태백산 국립공원의 자태가 펼쳐져 추운 날씨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구경했답니다.
그랜드캐년과 같이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대자연의 웅장함보다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반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고요.
휴대폰을 꺼내 셔터 버튼을 연신 클릭해 보지만 당연히 사진으로는 현장의 감동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꼭 직접 다녀오셔서 눈과 마음에 담아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오전 내로 마무리할 산행이라 점심거리를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친구 녀석이 삶은 달걀을 챙겨왔네요. 정상의 칼바람이 아무리 사나워도 백두대간 설경을 보며 먹는 삶은 달걀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ㅋㅋ
하산 후 점심 식사
그래도 일찍 출발해 크게 붐비지 않게 정상을 즐겨보다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여행사 관광버스가 서너 대씩 정차하면 한 번에 백 명 넘는 등산객이 쏟아져 나오는데 함백산 등산로는 비교적 좁기 때문에 열정 넘치는 그분들이 씩씩하게 줄줄이 지나갈 때까지 비켜서서 기다렸다 내려오길 반복했습니다. 10시~11시 하산길에 올라오는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ㅠ
근처 태백시 맛집에서 막국수와 감자 전을 시켜 맛있게 냠냠 먹고 차 막히기 전에 일찌감치 돌아옵니다.
지금까지 같이 보신 것과 같이 차량으로 산속 깊은 곳까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산 초보자에게 이보다 더 쉬운 등산 코스가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함백산은 해발고도가 높아 경치가 훌륭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더욱 좋아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 눈길이기 때문에 아이젠만 하나 구비하시고 이번 주말 다녀와 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D
태백산 국립공원 함백산 홈페이지
국립공원공단 – 태백산 국립 공원, 함백산 탐방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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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함백산 저도 꼭 한번 가보고싶네요!
덕분에 겨울산행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포스팅 감사합니다^^
Lim 님, 대리만족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겨울이 가기 전에 가까운 산으로 눈꽃 구경 다녀와보세요. 하얀 눈 구경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편안해진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