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덥거나 장맛비가 이어지는 여름철, 야외는 너무 덥고 카페는 붐빌 때가 많죠.
조용하고 감각적인 서울 강남 실내 데이트 장소를 찾고 있다면, 이곳은 정말 딱입니다.
바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오디움 방문 후기 (Audeum) 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오디오 전문 박물관인 오디움은 서울 강남에서 경험한 소리의 미술관이자 감성을 자극하는 청음 중심 전시 공간입니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 깊이 있는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었기에, 후기를 남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서울 실내 데이트 추천
사진보다 ‘소리’가 보고 싶던 날
요즘은 어디를 가든 예쁜 사진을 남기기 바쁩니다. 하지만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눈으로 보지 말고, 귀로 느끼는 공간은 없을까?”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오디움(Audeum) 이라는 공간입니다.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운 이곳은, 세계 최초의 오디오 전문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기기를 나열한 박물관이 아니라, ‘소리’를 전시하는 미술관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소리를 전시하는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은 외관부터 압도적인데,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와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설계한 이 건물은
수없이 많은 알루미늄 파이프로 뒤덮여 있어 마치 도시 한복판의 ‘소리 숲’처럼 보입니다.
입장하자마자 느낀 점은, 공간 자체가 ‘소리를 위해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흡음과 잔향까지 계산된 목재 소재와 조명 배치는 그 어떤 전시장보다 고요했고, 음향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오디움 방문 후기
입장부터 남다른 도슨트 투어
오디움은 개별 관람이 불가능하고, 도슨트 투어로만 운영됩니다.
총 90분간 진행되는 이 투어는 입장과 동시에 건축과 공간의 소개, 그리고
오디오 역사에 대한 짧은 영상 감상으로 시작돼요.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청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마란츠(Marantz), 매킨토시(McIntosh), JBL의 빈티지 스피커들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직접 보니 정말 “이게 오디오라고?” 싶을 정도로 크고 묵직했어요.
“JBL이 원래 사람 이름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삼성에 인수된 하만(Harman)의 대표 브랜드라는 점도 흥미로웠죠.”
소리의 시간 여행, 빈티지 오디오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들으면서’ 비교하고 이해하는 청음 체험이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오디오는 품질의 하향 평준화를 거치며 발전해왔습니다.”
도슨트는 1900년대 초반의 고급 오디오 장비들을 가리키며,
당시엔 소리 하나를 위해 최고급 자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고 했어요.
그러다 시대가 바뀌며, 가격과 상용화를 위해 점점 싸고 가벼운 재료를 쓰게 되었다고요.
도슨트가 직접 스피커 외관을 “똑, 똑” 두드리며 소리를 비교해주셨는데,
오래된 스피커는 무게감 있는 묵직한 나무 소리가 났고,
최신의 제품으로 올수록 카랑카랑한 플라스틱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제 귀로도 ‘음질’이 아니라 ‘자재’가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들리는 건 음악인데, 기억에 남는 건 소리
오디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접근하기 편했던 이유는,
한국 대중가요와 친숙한 팝송을 중심으로 청음이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 가수 알리의 곡과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같은 대중적인 팝송들이
서로 다른 스피커를 통해 순서대로 재생됐고,
각 스피커의 개성과 함께 같은 곡이 전혀 다르게 들렸어요.
“그날 들었던 모든 노래가 좋았지만,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 음악이 아닌 ‘소리’를 느끼고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오래된 스피커부터 동전 피아노까지
오디오룸을 지나면, 1940년대 극장용 혼 스피커, 스튜디오 녹음용 장비,
그리고 2분간 재생 가능한 에디슨 축음기 등이 이어집니다.
도슨트가 축음기를 작동해주시며 짧은 음악을 들려주시는데, 그 아날로그의 감성은 정말 새로웠어요.
가장 신기했던 건 공원용 자동 피아노.
피아노처럼 생긴 이 기기는 동전을 넣으면 악보대로 자동 연주를 해줍니다.
직접 연주도 가능하다고 해서, 전시 이상으로 흥미로운 체험이었어요.
마지막은 LP 천국에서
투어의 마지막은, 수많은 LP가 빼곡히 꽂혀 있는 청음 라운지였습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LP 음악을 들으며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 인상 깊었어요.
오디움 측에서 가치 있는 LP를 직접 수소문해 수집 중이라고 하셨는데,
백만원, 천만원이 넘는 LP도 실제 전시되어 있고,
사진 속에는 빨간색 옆 여성 하이힐이 그려진 LP가 특히 고가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예약 팁 – 오디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오디움은 관람료는 무료이지만, 예약이 정말 어렵기로 유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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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예약만 가능해서 두 명이 함께 가려면 각자 예약 성공이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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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단 3일 목·금·토요일에만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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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시간은 지정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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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투어 외 개별 입장 불가,
이런 조건 때문에 예약 자체가 희소성 있는 이벤트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다행히 회사 지인 찬스로 단체 관람에 합류할 수 있었고,
평소 휴관일인 요일에 특별히 입장하게 되어 훨씬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오디움 관람 정보 정리
위치 | 서울 서초구 헌릉로8길 6 (지하철이 없다는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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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일 | 매주 목·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수 휴관) |
관람 방식 | 도슨트 투어 (90분) + 청음 체험, 시간 지정 |
입장료 | 무료 (audeum.org에서 사전 예약 필수) |
특징 | 오디오 청음 중심 + 역사 스토리텔링 + 디자인 건축 요소 |
마무리하며 – 나만 알고 싶은 공간
이 글을 쓰면서 계속 고민했어요.
‘이런 곳은 나만 알고 있으면 좋을 텐데…’
그만큼 좋았고, 일상과 다르게 오롯이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 공간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게 아쉬워,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누군가 음악 이전에 소리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공간을 찾는다면 그 어떤 전시보다 오디움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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