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요약 감상평 | 1편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우연한 계기로 ‘글을 잘 쓰고 싶다’라는 막연한 바람이 생겼고, 글 쓰는 법을 소개하는 책을 20권 읽어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서너 권쯤 읽고 난 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렵고 깊은 이야기의 작가라는 선입견과 일단 두툼한 책의 두께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조건이나 취향 없이 다양한 책을 읽어보려는 마음에 첫 장을 열었습니다.

이 글은 내 돈 내산으로 책을 읽고 공유하는 사적인 감상문이고 책의 홍보 및 광고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읽기 시작하며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첫 페이지부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긴장감 있는 전개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한 장면 묘사에 대단한 몰입감을 받았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알아야 한다는 공식과 비법을 일이삼사 번호를 붙여 나열해 놓은 책들과는 달랐고, 오히려 작가 본인의 자서전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지금 이 순간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가 존재할 수 있었는지 유년기 시절부터 실제 인생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제법 긴 탓에 이 글은 책을 절반 정도 읽어가는 중간에 작성해보았습니다.

“독서에 취미나 소질이 없는 분께 일단 첫 장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 뒤는 궁금해서 읽게 됩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 기본 정보

출시일2023년 05월 30일
쪽수480쪽
저자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 알아보기 | 공식 홈페이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상 깊었던 내용 간략히 요약

 

숫자 없는 아르카나  바보

어린시절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식당 주인의 갑작스러운 총 질에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정작 그 딸의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에 삶을 연장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닥쳐온 상황에 공포와 안도감을 인지할 틈도 없이 어리둥절했고, 외상 없이 돌아와 일행에게 조금 전 목숨을 잃을 뻔했던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전혀 공감받지 못하였다. 그때 나는 매사에 너무 초연한 내 말투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명의 은인도 죽음도 큰 개연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슥 왔다가 그냥 간다는 것을 알았다.

 

기억력을 상상력으로 대체한 아이

내가 싫어했던 것은 피아노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피아노 교사든 축구팀 주장이든 미래의 직장 상사든 나를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나를 드러내지 말고 남들과 똑같아지라는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2번 아르카나 매달린 남자

매달린 남자는 움직일 수 없는 멈춤을 뜻하지만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을 거꾸로 볼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나는 희귀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으며 줄곧 학교에 가기 싫은 꾀병 취급을 받았다. 세월이 흐른 뒤 그 치료 약이 없는 이유가 환자 수가 적어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대한 실망은 더 커져갔고  나의 독특한 관점과 시선 덕분에 학교 선생님에게 종종 정신 이상자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할아버지의 병세가 심해져 극심한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지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뜻을 보였으나 의사는 옷 몸을 묶어놓고 살게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겪었다. 나는 강직성 척추염이 심화돼 걸음이 더욱 힘들어졌고 그러는 동안에도 무조건 방정식을 암기하라는 학교 교육을 받으며 그 반항심에 일부러 교과 과정에 있을리 없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공부했다.

 

5번 아르카나 남교황

한 캠프에서 자크 파도바니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로부터 요가 수업, 호흡법, 코 세척, 심장박동 제어, 명상, 유체이탈, 창자 정렬, 욕망이 없는 상태, 좋아하는 것과 욕망은 다름, 조건이 없는 초연한 태도 등을 배웠다. 지금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사람을 있게 한 큰 축을 만들어낸 사람이었지만 그 뒤로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과학계열에서 멀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은 오히려 행운이었다. 당시 여자들만 듣던 타자 수업을 수강해 생각의 속도로 타이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록그룹 활동도 해보고 학교신문을 제작하며 최초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경험도 해보았다. 한편 고대하던 철학 수업을 수강했을 때는 고대 철학자들의 유명 어록을 암기할 뿐인 수업 내용에 큰 실망을 하기도 했다.

 

1번 아르카나 마술사

16세

등산을 갔다. 장대비에 우박 천둥 속에서 길을 잃고 고군분투했다.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일행과도 싸우고 의견 조율을 반복하며 곧 죽을 것 같다는 공포를 겪었다. 하지만 일행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속 노란 테니스공에 대한 궁금증 하나에 모든 걸 잊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말과 이야기가 신체를 압도하는 경험이었다. 이 경험은 글의 전개 방식을 풀어나가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17세

보조 교사의 자격으로 캠프에 참가했다. 군인 가족의 자녀들 교육이었는데 부모에 계급에 따라 아이들의 서열이 정해져 있어 그들은 서로 약자를 괴롭혔다. 교사로서 그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약자를 보호하려 했지만 끝내 원하는 대로 지도하지 못해냈다. 캠프를 마치고 교장의 조언은 다소 황당했다. 강자를 감싸고 약자를 다그쳐서 먼저 조직의 신뢰를 얻은 후에 개인의 재량으로 약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치의 작은 원리를 보는듯했고 정치적 힘의 원리는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11번 아르카나 힘

17세 매일 아침 글을 쓰다.

매일 아침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 지인들에게 읽히고 고쳤기를 반복했다.

 

18세

법학과 수업 수강을 통해 재판 과정의 부조리를 알게 됐고 인간의 말과 생각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법 수업 그 자체는 앞으로의 인생에서 법망을 피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19살 미국 우정 여행

카드 마술 사기를 당해 돈을 날린 사건, 뉴욕에서 LA까지 카풀할 때의 꿀벌 소동, 누나네 집에 담 넘어서 들어가다 총 맞아 죽을 뻔한 일 등 여행 중 겪었던 사건 속의 여러 사람들은 훗날 소설의 등장인물로 개성 있게 등장하게 된다.

 

20살 욕조속 개미집

통장을 털어 컴퓨터를 구입하고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프로그래밍의 관점에서 글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goto 문법과 같이 떨어진 부분의 내용 간 서로 인과관계를 맺는다든지, 괄호 문법을 통해 괄호를 열었으면 뒷부분에서 열린 괄호가 닫혔는지 즉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21살 아프리카 정글 여행

악어, 거미, 벌레뿐 아니라 심지어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은 그것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예를 들어 나는 잔심부름을 시킬 보이가 필요 없었지만 보이를 고용해야만 하는 현지의 문화를 존중했고 고용한 뒤 친구가 되는 방법을 택했다.

“일반화하느라 애쓸 필요 없다. 실제일수록 더 생생한 법이다.”

그렇게 신뢰를 얻은 현지인들과 하나가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여왕개미 사진을 찍어 내기도 했다.

 

22살 지역 신문 기자

신문 기자 일을 하며 언론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했다. 취재 현장에서 술을 권하는 오랜 문화 때문에 음주 운전을 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 술을 끊었다. 하지만 기자 신분의 이점을 살려 글을 계속 쓸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사회 중심에 위치에서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 왠지 싫지 않았다.

 

3번 아르카나 여황제

지성과 권력을 겸비한 여황제

 

22살 귀인을 만나다.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순간 너는 불행해져.”

편집장이었던 여성 리더에게 배운 삶의 철칙이다. 개미 소설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프리랜서 기자로서 전전긍긍하며 세월을 보냈다.

 

15번 아르카나 악마

23살 조직에 들어가다.

사회적 명성이 있는 잡지사에서 무능력자하고 남을 깎아내리며 부조리한 부장 기자와의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한 번은 차별당하고 기사를 빼앗겨 난리를 피웠더니 원고료가 오르고 직급이 오르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27살 쥐의 위계질서

어느 교수의 쥐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면 집단생활을 하는 쥐는 남의 것을 뺏는 착취형 쥐, 모아온 먹이를 뺏기는 피착취형 쥐, 뺏기지 않고 남과 어울리지 않는 단독 행동형 쥐, 모든 부분에서 도태된 잉여 쥐 이렇게 4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어떤 조합으로 모아놓아도 항상 동일한 집단 구조를 형성하는 쥐의 세계는 인간의 그것과 똑같았다. 나는 여황제 리더를 통해 배웠던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순간 불행해져”를 떠올리며 단독 행동형 쥐가 되기를 꿈꿨지만 실제로는 피착취형 쥐의 삶에 가까웠다.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취재 여행까지 다닐 수 있는 현재 삶에 불만이 없었다. 악마의 목줄을 던지고 단독 행동형 쥐가 되기 위해서는 큰 전환적 계기가 필요했다.

 

16번 아르카나 신전

28살 굿바이

점점 편집부의 지위에 익숙해져갔고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싱가포르에 대한 기사를 썼다. 무리해서 진행했고 최고 기사상에도 응모를 했다. 하지만 이는 얌전히 지내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편집부의 큰 반감을 샀기 때문에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생긴 정규직 전환의 기회와 해고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보았다. 끝내 해고됐고 그저 그런 위선자가 후임으로 발탁됐다. 원래 내 자리가 아니었다고 위로했고 그동안 조직의 돈으로 재미있는 주제를 실컷 한 것에 만족했다. 또 쥐의 위계질서와 사회생활이 다르지 않음을 배울 수 있었다. 어느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판단하지 말고 그냥 이해 하려고 애쓰게.”

 

9번 아르카나 은둔자

29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다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갈 걱정을 하며 개미 원고를 다듬었다. 나는 무정부주의자로 바뀌었고 무능한 상사를 경멸하게 됐다. 기업이 발전하고 커갈수록 창의적인 사람을 해고하고 빈둥거리는 고임금자로 채우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창의적인 사람은 위험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는 시키는 일만 잘하는 편이기 때문에 조직의 영속에 도움이 되고 오히려 구성원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느낀다.

 

4번 아르카나 남황제

29살 서광이 비치다

저널리즘보다는 작가 일에 매진하려고 했다. 지인의 조언에 따라 독자층이 얇은 개미 같은 소설보다는 현재 인기가 있는 스티븐 킹의 글들을  읽으며 참고했는데 서스펜스와 감정묘사가 훌륭했고 나는 그를 글쓰기 스승 목록에 추가했다. 그 덕분에 오히려 열네 번째 고쳐 쓰고 있는 개미를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는 편집자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글의 내용이 수정되기 일쑤였고, 12년 동안 공을 들인 개미보다는 한 달 만에 뚝딱 써 내려간 쓰기 쉬운 글들이 출판되기 쉽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내 원고를 바라는 출판사들끼리 경쟁이 붙었고 드디어 개미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는 오롯이 내 원고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했다.

 

29살 탄생

초보 작가로서 베테랑 편집자 앞에 모든 갈등을 양보했다. 원고를 줄이고 전투 장면과 수학 과학적 판타지 요소를 모두 잘라내며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책은 출판이 됐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내 자식이 받을 관심과 평가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반응은 좋았고 이제 책은 내 손을 떠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나는 책을 쓰며 글쓰기 치료를 받은 셈이었고 그동안 강직성 척추염이 재발하는 일이 없었다. 몸과 마음의 짐이 있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한다. 첫 책을 낸 허전함을 지우기 위해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책을 쓰기 시작했다.

 

30살 인도로 여행을 떠나다

해고를 당할 때 도움을 주었던 카틀린 과의 관계가 깊어졌고 결국 결혼을 했다. 자크 파도바니의 영향 때문인지 인도로 여행을 갔다. 뉴델리에 도착 후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어요.”라는 말이나,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을 자연스럽게 외면하는 사람들, 몇 년째 상영하는 영화의 대사와 장면을 모두 외워 떼창하며 관람하는 사람들, 관광객을 협박해 구걸하는 아이들 등,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여럿 목격한 뒤 타지마할로 넘어갔다.

똥과 쓰레기가 흐르는 갠지스강 물을 떠마시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지혜와 영성의 나라 인도에 대한 환상이 깨지려 할 때쯤 뱃사공과의 대화가 인상에 남았다.

직업이 뭔가요 작가입니다.
작가를 하는 이유는 뭔가요, 돈을 벌어야 해서요.
돈을 왜 벌어야 하나요 월세를 내야 해서요.
월세를 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녁에 들어가 밥 먹을 곳이 필요하니까요.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요, 살아야 하니까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

 

당신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는군요. 당신의 삶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자살해 보는 건 어때요.”

지금 여기서 생을 마감하면 윤회하여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선업을 쌓으며 살다 보면 완벽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존재의 의미도 모르고 허탈하게 살아갈 바에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지금까지 무엇을 이뤘고 남은 생에서 이룰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됐다. 한편 네팔에서는 놀랍도록 낮은 수준의 위생상태와 위생 불감증 호텔 관리인이 인상적이었고 인도로 여행 온 내가 택시 기사에게 인도를 칭송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경험했다. 얼마 뒤 놀랍도록 차분하고 호기심 왕성한 아기 조나단이 태어났다.

 

저는 이 책의 전반부를 재미있게 읽으며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잘 몰랐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가치관과 철학에 대해 꽤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배우러 책을 열었다가 소설같은 그의 삶의 이야기에 빠져 본래의 목적을 깜빡할 정도였네요. 또 그의 숙련된 문체 뒤에서 “사람 이야기를 해라”, “최선을 다해 관찰하라”,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다” 등과 같은 그동안 글쓰기 바이블을 보고 배웠던 구절들이 보일 때면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공유하는 동안 책을 잠시 내려놓았더니 뒷부분이 너무 궁금합니다. 곧 감상문 2편에서 다시 만나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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